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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에게. 본문

Hegemony : 글/기타

윤기에게.

헤게모니94912 2016. 1. 11. 12:59

이전부터 너에게는 참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그치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정확히 알고 있지만 말할 수 없는 이유로- 쉬이 할 수 없었어. 

아파서 하루종일 골골대며 자고 일어났더니 참 멋있는 글을 써놨네. 그래서 용기내어 답장을 써봐.


너는 참 남준이랑 많이 달라. 그래서 너의 부족한 부분을 끄집어내길 힘들어하지. 그런건 멋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어쩌면 그런 부족한 부분을 끄집어내 상대에게 보여주는걸 두려워 하는게 아니라 상대에게 짐을 지운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일지도 몰라.

어떤 것에 감정이 우선이 되는건 너의 약점이 들통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에게 그만큼 마음을 내어주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내가 보아왔던 너는 생각보다 더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라 늘 상대를 먼저 배려하고 있곤 했거든.


늘 최고의 결과물을 안겨주지만 그런 결과물을 받아들기까지의 일은 모두 혼자 감당하려하고, 준비과정은 숨겨왔다고 생각해.

그래서 너의 믹스테잎도 여러번 엎었던 걸테고, 네가 쓰러지기 직전까지 니가 쓰러질거란 생각도 우리가 못했던 거겠지. 

그게 신기하게 내 주변의 너의 팬들도 그렇더라고. 늘 완벽하려고하고, 모든게 준비 된 때에만 공개하고 알리고.

무언가의 준비과정이나 비하인드 스토리같은게 보여지는걸 너의 팬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고.


나는 남준이 팬이라 그런지 언제나 너의 결과물을 맛있게 먹으면서도 가끔은 네 요리과정을 궁금해했단다. 

하지만 그런 요리과정을 궁금해 하면서도 마냥 기다렸어. 언젠가는 이야기 해주겠지만 시간이 꽤 오래 걸릴거라고 생각했어서.

그래서 이번 글이 참 많이 새롭고, 의외이기도 했고, 조금 더 감동적이기도 했어.

네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기위해 너는 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결심을 했고 마음을 먹었을지 생각하면 괜히 눈물도 나고 그렇더라고.


윤기야, 나는 네가 너의 감정들을 조금만 더 소중히 여겨줬으면 좋겠어. 

니가 참으면 될 일이 아니라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슬프면 울고 짜증이나면 짜증도 내고 좋을 땐 실컷 좋아하면서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

기쁠 때도 냉정하고 슬플 때도 슬픔을 삼켜야 한다면 네 감정이 너무 외로워지지 않겠니.


팬과 가수의 관계라는게 참 신기하게도 오빠를 많이 따라가곤 해.

너에게 행복하라고 비는 사람들 중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면 저도 행복해져요. 하는 꼬릿말을 달고 지낼정도로.

그러니까 윤기야 네 소중한 감정들을 조금만 더 돌보고, 귀하게 여겨주었으면 좋겠어. 네가 외롭지 않게. 

그렇게 잘 보듬고 단단하게 만든 희로애락의 감정들이 음악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우리에게 전달될거야.

그렇게라도 우리 감정을 나누면서 살자. 

우리는 멀리있지만 그 사이를 음악이 채워주고 있으니까, 너의 희로애락으로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을거야. 


사람 마음이라는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은것만 보여주고 싶지 왜 아니겠니.

그런데 가끔은 너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는게 너와 더 가까워지고 너와 함께한다는 마음을 가지게도 해.

네가 우리에게 마음을 쓰고 내어주고 있는 만큼 너 자신에게도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어디서나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2016년에도 힘내고, 수고하고, 너의 인생이 즐겁기를 바라. 너의 믹스테잎을 많이 기다리며 글 마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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