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tRuM

빅히트는 빅브라더가 되고싶은걸까? 본문

Hegemony : 글/기타

빅히트는 빅브라더가 되고싶은걸까?

헤게모니94912 2015. 3. 18. 21:29

핫한 그 공지를 공지가 떴던 날 실시간으로 봤습니다.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분노보다 두려움이었어요.

개인정보보호법이 발효 된 이후로 개인정보 불법 수집, 사용, 처리 등에 엄중한 처벌이 시작되었거든요.

범법행위를 친절하게 공지에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범죄를 범죄로 막겠다고 4개국어로 공표하는 빅히트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회사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게 저 공지가 잘못되었다는걸 이야기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본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가 괜히 수니1 주제에 나대는 것 같기도 해서 그냥 제발 이대로 나만 찝찝하고 기분상하고 끝나길 바랐어요.

그리고 그 바람은 물거품이 되었네요.



빅히트의 공지에 담긴 이야기는 이러했습니다.

소속사의 가수가 일부 팬 (약 30여명)에 의해 사생활 침해의 피해를 보았다.

우리는 그러한 사생활 침해를 참을 수 없었고, 그 침해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리스트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리스트를 만들고 있으나 그 리스트에 본인의 정보가 들어있는지 들어있다면 어떤 정보가 들어있는지 확인은 해주지 않으며,

그 리스트를 만들기 위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며

해당 리스트를 토대로 정보주체에게 팬클럽 계약으로 보장되었던 혜택은 물론 추가적인 개인의 활동 (팬 사인회 당첨 제외 등)도 박탈하겠다.



조금 무섭지 않나요? 저는 조금 소름이 돋던데.

그렇게 소속가수의 사생활 침해가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개인정보를 저렇게 다루기 쉬운 데이터로 취급하는게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제 개인정보는 소중합니다. 이 글을 읽으실 여러분의 개인정보 또한 소중하죠.

이제까지 수 없이 많은 곳들에서 제 개인정보를 유출당했어도 그 가치가 결코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빅히트가 저렇게 감시의 목적으로 무단 수집할 수 있는 그런 쉬운 데이터가 아니에요. 개인정보는.

공공기관과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기업에서는 그 정보들을 위해 수십, 수백억을 투자하며 보호하는 데이터입니다. 가장 중요한 정보니까요.



사생활 침해를 당해 피해를 보았다면, 그것은 사법기관에 신고를 한 뒤 그 쪽에서 그 사람의 개인정보를 알아내고, 그에 따른 처분을 하는게 맞습니다.

신고를 한 뒤 피해보상을 받든 합의를 하든 소송을 진행하든 그것은 빅히트의 재량이지만, 그런 수사행위를 빅히트라는 회사가 할 권리는 없는게 사실입니다.

자꾸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그것에 따라 관리하겠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빅히트가 빅브라더가 되어 모든 팬을 감시하겠다는 이야기로 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리스트를 빌미로 본인들의 말을 듣지 않는 팬들을 제압할 예정인데 그 리스트에는 누구나 올라갈 수 있으나 리스트 공개는 안하겠다.

제가 볼 땐 지나친 월권인데요. 또는 협박과도 비스므레 하구요.



이쯤에서 아마도 이야기가 나올 것 입니다. 니가 사생이니까 괜히 찔려서 그러는게 아니냐. 혹은 사생이 먼저 잘못했으니까 피차일반 아니냐.

그 어떤 곳에서도 불법이 불법을 막는 행위가 용납되지는 않습니다.

그런 행위가 용납되고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앞으로 그 누가 법을 지키려고 할까요?

제가 이런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제 사생활이 보호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개인정보의 유출에 예민하거든요.

제 사생활이 보호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타인의 사생활 또한 존중합니다. 제 오빠들이라고 해서 예외를 둘 만큼 주관없고 기준없는 사람 아니에요 저.

오히려 더 지켜줘야죠.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소중한 사생활인데.

굳이 말씀 드리지는 않았지만, 하다못해 이벤트 물품 발송을 위해 저에게 주신 개인정보들도 저는 물품 발송 후 삭제합니다. 

저에겐 여러분의 개인정보를 보관할 권리가 없으니, 그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저는 팬클럽 활동을 위해서 제 개인정보 활용내역에 동의를 했고, 그 행위를 통하여 빅히트에 제 개인정보를 믿고 제공하였습니다.

하지만 저 공지를 보고난 후 조금 의구심이 드네요. 제 정보가 과연 안전을 보장받으며 보관되고 있는지 말입니다.

저렇게 개인정보를 쉽게 생각하고 신상을 털어가는 행위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과연 나머지 정보라고 보호를 할까 싶어요.



빅히트가 말하는 '에티켓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팬들'을 제재하는 방법을 제발 다시 생각 해 보았으면 합니다.

지금의 이 불법을 저지르겠다는 방법 말고 다른 좋은 방법이 분명히 있을거에요.

차라리 그런 행위로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시면 사법기관에 신고를 하세요. 사생활 침해 불법이니까 당연히 신고 가능합니다.

저는 빅히트가 부끄럽지 않은 회사가 되어주길 바라요. 자랑스럽게 어디가서나 이야기하고, 자랑할 수 있는 회사가 되길 기원하죠.

왜냐하면 빅히트는 제가 좋아하는 방탄소년단의 얼굴이니까요.

그 어떤 곳에서도 가수에 대한 첫 이야기를 할 때 어디 소속이야?를 묻지 팬클럽 이름이 뭐야?를 묻진 않는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제가 빅히트의 공지를 읽으면서 화가나고 불편했던 점을 적어봤습니다.

단순히 제 개인사견이니 다른분들과는 논지가 다를 수도 의견이 엇갈릴수도 있어요. 그건 당연합니다. 

부디 제 개인정보가 안전하길, 그리고 여러분의 개인정보도 안전하길 바라며 글을 마칠게요.

소중한 개인정보 정말로 소중하게 여겨주세요.




'Hegemony : 글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기에게.  (0) 2016.01.11
2015 한해 마무리  (0) 2016.01.01
그에겐 무서울 말 안녕.  (0) 2015.11.07
그렇게 하나씩 만들어 낸 나의...  (4) 2015.01.18
RM for 2014 MAMA , 착해빠졌어 with 소유 다운 파일  (0) 2015.01.09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