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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gemony : 글/기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헤게모니94912 2016. 6. 28. 22:34

간만에 쓰는 글이 이런거라니 정말 슬픈일이 아닐 수 없다.


쿵짝이 아주 잘 맞는 인터뷰 한편을 관람했다. 그 인터뷰를 보고난 후의 소감.




 아직 여성혐오에 대한 정의조차 제대로 내려지지 않은 젠더감성은 개나주는 한국에서 얼마 전부터 'K-pop아이돌-그 중에서 본인들이 좋아하는 방탄소년단-의 젠더 감성 이슈에 관하여 공론화를 하고 피드백을 받겠다고 선언하는 이들이 생겼다.


 궁금했다.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나 또한 여성이지만 '여성혐오'라고 말하면 '나 여자 안싫어해~ 내가 왜 여성혐오야~'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환경에서 나고 자란지라 섬세한 젠더 감수성은 개뿔 최근 막 일어나기 시작한 페미니즘 정서를 이해하고 따라가기에도 벅찼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그들이 공론화를 하고 피드백을 받을 정도로 그렇게 불쾌감을 느꼈고 불편함을 느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는 남초사회에서 요즘 소위말하는 "미러링"이라고 하는 말들을 진심으로 하고 산 몇 안되는(많다고 생각했는데 몇 안되나보다) 여성 중 하나였기 때문에 최근에서야 '젠더감수성'이라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나의 '젠더감수성'이 얼마나 형편없는 상태인지, 그 감성으로 보았을 때 얼마나 "남성혐오"를 하며 살았는지 깨달은 상태인지라 페미니즘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고 친숙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어서 더더욱 그랬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위계적으로 약자라는 여성의 입장에서는 결코 "남성혐오"라는 건 일어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이슈에만 관심을 갖고 그 결과는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냄비같은 사회에서 자칫 잘못하면 '방탄소년단 여혐이라매?' 라는 식의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만한 큰 일을 벌이는 그들을 보며 얼마나 상처받았길래 그런 일을 시작했는지 나는 정말 궁금했다. 분명 내가 본 최근의 방탄소년단은 그것에 대해서 문제점을 인식하고 변화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이제서야 여혐이 무엇을 지칭하는지 정의내리고 있고 심지어 그것이 전반적으로 인식되기도 전인 사회에서 "'혐오'를 했다." "'혐오'를 한다."는 낙인을 찍어버리는 건 이미지로 먹고사는 연예인인 그들에게 얼마나 큰 마이너스가 될지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것을 감수 하고서라도 공론화를 시킬 정도면 분명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이슈가 일어났을 때 내부의 사람 말고 그 이슈를 끝까지 지켜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본다.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거나 깊은 관계를 형성하지 않은 이상 그냥 이슈는 그 주체의 가슴에 새겨지는 "A"가 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기에 내 오빠의 가슴에 글자가 새겨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오해를 풀고 싶어 나는 많이 찾아보고 그들의 의견을 들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들이 공론화 시킨 전문을 읽어내리면서 나는 내 생각의 흐름에 끊김을 발견하였고, 그 간극을 채워내기 위해 여러 의문을 가졌다.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페미니즘 자체가 정의가 여러가지라고 알고 있는데 내가 읽어 내린 트윗에선 그 정의조차 모두 다른 사람들이 모여있는 듯 했다. 그러한 사람들이 모여 한목소리를 내려니 그들의 논리에 구멍이 숭숭 뚫릴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방탄소년단에게 '피드백'을 요구했다. 그들이 제시한 근거 중에는 다른 논리로 나는 왜 그렇게 느끼지 않았는지 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하지만 그것은 의견차이이니 나는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려고 노력했다.


 노력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찾아봤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한 어떤 대단한 것은 나오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젠더감수성에 대해 무지할 때 잘못하고 있는 딱 그 정도. 그러나 그들은 한국 사회에서 자란 이상 나와 비슷한 젠더감수성을 가졌을 방탄소년단이 무지에 의해 저지른 잘못을 이제라도 끄집어내 사과받고 싶다고 그들은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미 그 잘못을 인지하고 난 이후부터는 변화했지만, 공식적인 '잘못했다'는 이야기가 없으면 그냥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했다. 그 과정에서 시스템이나 방송매체에 대한 일침이나 현 상황에 대한 이해는 없어보였다. 그저 '방탄소년단'과 '빅히트' 정도라면 본인들의 이야기에 피드백을 할 만한 약한 대상이라는 기조가 보여 치졸해 보일 뿐이었다. 


 물론 아이들을 좋아하면서 단 한번이라도 멈칫하지 않은적이 없었냐고 물으면 '응'이라고 대답하기 힘들겠지만 '사람은 무지할 땐 그럴수 있다'고 생각하고 '알고나서 바뀌면 된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으로서 최근 그 누구보다 섬세하게 조심해가며 작업을 하는 방탄소년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기에 나는 충분히 그 점만으로 의견을 대변하고 피드백이 돌아왔다 생각하는 입장이었다. 더더군다나 인터뷰에서 그들이 말했던 처럼 가사의 변화 인터뷰에서의 언급 등을 넘어서 콘서트에서 말했던 오빠의 말을 나는 기억하고 있기에 충분히 본인의 입으로 입장을 피력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드백을 외치는 그들을 보며 그냥 받고 싶은게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과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가졌다. 이내 나의 비약일 것이라 나를 자제시켰지만. 하지만 인터뷰를 읽어보며 그 땐 내가 비약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던 그들이 원하는 피드백이 바로 '사과문'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 수 있었다. 인터뷰 전체를 읽으며 그들의 의견을 듣고 나니 그들은 '내가 잘못했다.' 라고 적힌 공식적으로 써내려간 '사과문'이 필요한 듯 했다. 이미 바뀐 오빠들의 행동은 다 필요없고 말이지.


 오빠는 분명 바뀌어가고 있다. 문제를 인식했고, 그에 따라 변화했다. 그건 그들도 느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를 끄집어내 두드려 패고 낙인을 찍은 뒤 사과문을 써오라 명령하는 그들의 행동에서 나는 그 어떤 인권을 논의하면서도 등장해서는 안될 폭력성을 느꼈고 그 점이 굉장히 불쾌했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팬들에게 잘 보이고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하는 아이돌에게 언제든지 우위에 있을 수 있는 팬이라는 명찰을 이용해 승리감 혹은 우월함을 느끼는 또 다른 인권폭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울러 페미니즘을 떠나서 아이러니했던 것은 웃기게도 그들이 팬을 비하하는 단어인 "빠순이(빠수니)"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이었다. 인권문제에 예민해서 공론화 시킨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아님 '빠순이'라는 제3 종족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비하되어도 상관없다는 내면의 마음을 담아둔 것인지? 인터뷰 내내 팬인 나를 빠순이라 지칭하며 수동적이고 의견도 제대로 전달 못하는 이미지로 일반화 시켜놔서 화가 났는데 본인이 혹시 방탄소년단 보다 더 큰 편견을 가지고 살고있지는 않는지 되묻고 싶고, 적어도 방탄소년단 팬이라는 이름을 걸고 진행할 것이었으면 단어선택에 조금이라도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고 조언을 해본다.


 또 앞으로 이런 이슈를 공론화 시킬때는 반대쪽의 입장도 충분히 함께 전달하는게, 조금 더 믿을만하고 매력적인 매거진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물론 인터뷰어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라 중립적인 입장에서의 인터뷰가 힘들었겠지만. 특히 저렇게 반대입장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르겠다(웃음)'으로 응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전달할 때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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